-무심결님의 사진-
4. 자연은 광명이요, 생명의 물결
이 세계는 태초에 생명의 빛인 광명이 굳어져 금
륜을 이루었고 금륜은 만물이 의지하는 핵심이
되었다. 금륜을 근본으로 하여 지수화풍(地水火風)
사대(四大)가 생성되므로써 아름다운 국토를 장엄할
기본 요소가 마련된 것이다.
넓은 바다(水)에서는 뜨거운 기운(火)이 수분을 상
공으로 올려 구름을 수놓고 그 구름은 무거워지면
땅으로 내려가 강을 이루었다. 물이 마른 곳은 흙(地)
이 되어 넓은 대지를 만들어 갔다. 금륜이 부서지면
서 바위가 되고 모래가 되고 흙이 된 것이다. 바람
(風)은 이들의 작용이 시방세계에 고루 미치도록 이
동시키는 작업을 담당하였다. 이 때 높고 낮은 산과
평원이 생기게 되었다.
이러한 과정이 거듭되면서 사대의 근원이 생명의
에너지인 까닭에 물이 있는 곳에서부터 생명이 꿈틀
거리기 시작하였다. 황량한 벌판에는 푸른 초원이 드
리워지고 점차 만 가지 초목과 크고 작은 나무들이
숲을 이루었다. 갖가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
세계를 장엄하였다.
사대로 형성된 만물은 그 근원이 만덕을 소유한
광명(빛)인 까닭에 인연따라 갖 가지 빛깔을 띤 모습
으로 나타난다. 빛 가운데 일곱색 무지개가 드러나는
것도 이러한 이치 때문이다. 그러므로 온갖 초목과
널려진 돌맹이까지도 가지가지 아름다운 색체로 장
엄되어 있다. 철따라 피어나는 크고 작은 꽃들은 제
각기 아름다운 빛깔을 드러내고 온갖 초목도 색을
띠고 변화하니 자연은 꽃으로 장엄된 화엄의 세계이
다.
현상계의 일체는 지수화풍 사대의 모임과 흐트짐
이다. 인(因)과 연(緣)으로 형성되어 머물러 있다가
변화하고 소멸되는 생주이멸(生住異滅)의 과정을 반
복한다. 만물은 머물러 있는 듯 싶지만 잠시도 머물
러 있지 않고 찰나마다 변하고 있다. 자성을 고집하
지 않기 때문에 인연으로 화합하여 새로운 것을 창
조한다.
자연은 그 근원이 생명의 에너지인 광명을 소유한
것으로 동일하다. 그러므로 자연의 삼라만상은 광명
이요, 생명의 물결이다. 이들은 생주이멸하는 모습을
통해 연기(緣起) 무상(無常) 무아(無我) 공(空)의 진리
를 보여준다.
물(水)은 구름이 되고 얼음이 되고 눈이 되고 이슬
이 된다. 초목과 꽃과 짐승과 하나되어 살아 움직인
다. 맑은 물에 오색 물감 어떤 것을 부어도 거부하지
않고 그 빛깔을 띤다. 실체를 갖지 않아서 포용하고
화합하기 때문이다.
불(火)은 뜨거워 지면 오르고 차가워지면 물이나 땅
과 화합한다. 물과 땅속에 따뜻한 기운이 있는 것은
이 때문이다. 그리고 초목에 들어가 꽃을 피우고 열
매를 익게 하며 나무를 태워 흙과 함께 잠들면서 내
일을 꿈꾼다. 씨앗과 잠들면서도 내일을 꿈꾸고 있
다. 갖가지 날짐승의 알을 깨어나게 하고 그 몸에서
생명으로 약동한다.
바람(風)은 만물을 성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
고 한 곳에 치우친 것들을 이동하여 평정시킨다. 호
흡하고 날아오르고 움직이는 데서 생명으로 살아있
다.
땅(地)은 만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것을 거부
하지 않는다. 초목과 한 몸이 되어 꽃이 되고 열매가
된다. 움직이는 생명의 음식에 들어가 살이 되고 뼈
가 되어 살아 움직인다.
이 모든 현상은 자성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따라
포용하여 화합하기 때문이다. 인연생기(因緣生起)된
현상 자체가 무상이요, 무아이며 공(空)이다.
그러나 만물의 근원이 빛이요, 생명의 에너지를 품
고 있는 까닭에 설령 바람에 딩구는 낙엽이나 해변
에 널려진 모래알도 영원히 죽어버린 물질이 아니다.
호흡을 정지하고 있는 듯 싶지만 인연을 만나면 약
동하는 생명으로 살아날 꿈을 꾸고 있다.
그러므로 이 세계에 존재한 일체는 그 근원에 생
명의 빛인 광명을 품고 있어서 생명으로 살아나 그
무엇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. 쓸모
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. 쓰레기라고 버려진 것들
마저도 생명의 빛을 머금고 꿈을 가진 의미 있는 것
들이다. 천차만별한 그들의 모습으로 말없는 가운데
진리를 보여 주고 있다. 언어 아닌 자연의 소리로 진
리를 설파하고 있다.
하늘에 피어났다 사라지는 구름을 보라. 창공을 날으
는 뭇 새들을 보라. 철마다 변하는 잎새의 빛깔과 만
가지 꽃들을 보라. 초원에서 뛰어 노는 온갖 짐승들
을 보라. 다시 푸른 물 가운데 피어나는 아름다운 수
초와 물고기들을 보라. 세계의 역사를 침묵으로 바라
보고 있는 큰 바위며 강변에 널려있는 조약돌을 보
라. 모두가 인연과 업력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
이것은 진리이다. 자연은 광명이요, 생명의 물결이다.
염불신행의 원리와 비결-28쪽~31쪽
-보헤미안님의 사진-